행복한 결말은

이야기니까 나오는 거죠



자신의 책이 나오는 소감은?

부끄러워요. (웃음) 보여주고 싶지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런 게 있어요. 주위 사람에게 책을 선물로 주고는 싶지만 안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느낌. 누가 봐주면 좋겠는데 부끄러우니까 자세히는 안 봤으면 좋겠다 싶은.


수록작은 어떻게 골랐나요?

저는 스스로 동양풍의 글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는데요. 다시 보니까 제 글이 무게나 분위기가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취미로 글을 쓰는데, 그래도 소설로 쓰는 것과 더 가볍게 쓰는 게 있어요. 같은 레이블이 아니라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다보니 한 권으로 엮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소설’과 아닌 것의 차이는 뭐예요?

가벼운 건 소녀소설이라는 느낌? 『홀연』에서는 「심각하게 찬란한」이 그렇죠. 「동백」은 애초에 이런 만화가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기 시작했던 거고요. 예전에는 캐릭터 다루는 게 서투르다고 생각해서 일을 통해 훈련하려는 게 있었거든요. 게임 시나리오 쓰니까요. 그런데 일을 오래 해서 그런지 이제는 버릇처럼 패턴을 활용하게 되더라고요.


고풍스러운 말이 많이 나오잖아요. 어디서 기인하는 건가요.

그런 책을 많이 샀었죠. 한국복식문화에 관한 책들 좋아하고요. 한시어 사전이라고 시에는 나오는데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 실린 책이 있어요. 요즘은 좋은 책이 워낙 많아서.


로맨스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많은데, 정말로 로맨스에 집중했다는 느낌이 드는 건 「동백」밖에 없어요. 다들 연애를 못 해요.

연애를 끼얹었죠. “옜다, 별사탕이다” 하는 느낌으로. 연애를 다루려면 아예 코드만 활용하거나 깊이 이해를 하고 써야 하는데요. 후자는 필연적으로 사람의 바닥을 봐야 하는데, 그게 너무 구질구질해서 제가 힘들어요. 지금까지 쓴 작품들은 비극이 아니면 대부분 연애 감정을 인지하는 정도에서 끝나지, 이루어지진 않더라고요. 이루어지고 나면 바닥이 있으니까요.


「천 번의 밤 천 번의 낮」 등은 등장인물 자체가 인간이 아니라 추상적인 존재라는 이미지라 같은 비극이라도 신화나 동화에 나오는 비극으로 보이는데, 「화선」은 굉장히 인간적인 갈등이 나오잖아요. 그런 점에서 가장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회의주의적이고요. 이상理想은 언젠가는 꼭 망가질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보여요.

행복한 결말은 이야기니까, 소설이니까 나오는 거죠. 그다음의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요. 차근차근 쌓아도 끝이 없고, 분명히 누구도 잘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치유나 회복의 이미지가 저한테 부족한 것 같기는 해요. 전 그게 어떻게 나아질 수가 있지? 싶어요.


인간이 아닌 존재가 자주 나오잖아요. 그것도 관련이 있을까요?

인간이 아닌 것들은 영원하고,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유지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약속을 어기는 건 인간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많이 썼더라고요. 웃긴 건 그런데도 그들은 인간을 사랑한다는 거죠.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지.

쓰고 싶은 글은 항상 있어요. 군상극을 쓰고 싶어요. 여러 사람으로 세계가 꽉 짜인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작가로는 그냥 흔히 말하는, 취미로 글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글을 쓰니까, 혼자 쓸 때는 제 취향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라키난

책과 밥을 주면 글을 씁니다. 고료도 좋아합니다.

거울에서 기사필진으로 주로 인터뷰 담당, SF도서관에서 행사와 판매 담당.

현재는 평화로운 일개 취업자를 간절히 지망. 장래희망은 안락의자 탐정 타입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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