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온우주 출판사의 11번째 단편선 은림 작가님의 ‘노래하는 숲’의 홍보글입니다.




홍보에 앞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얼마 전, 수영장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샤워실에서 씻고 있자니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샴푸통을 들고 고민하고 계시더군요. 

작은 통에 글씨도 작았으니 얼마나 읽기 힘드셨을까요. 

읽어 드릴까요, 하고 여쭤보자 아주머니는 눈을 가늘게 뜨고 깜빡이시면서

이게 샴푸인지 린스인지 모르겠다 하시더군요. 


샴푸라고 말씀드리자 아주머니는 제게 고맙다 하시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셨습니다.

 ‘뭐가 잘못됐어. 영어는 대문짝만하고 한글은 깨알같이 적어놓으면 어쩌라고.’


듣고 보니 그렇더군요. 

한글 자체의 폰트가 작은 것도 문제지만 영문자 ‘Shampoo’는 떡하니 쓰여 있었습니다. 


요새는 화장품 하나를 사러 가도 죄다 영어입니다. 

사과는 ‘apple’이 되었고 자몽은 ‘grapefruit’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입니다. 

영어를 모르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게 한국 사회라니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외국에 나간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한국인을 겨냥해 나온 제품들에 

왜 이리 서구 사대주의가 판치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현실인 모양입니다. 

보*병신체가 우스갯소리가 아니군요.

*그 병신체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예시 들어갑니다.


첫 번째





꾸띄르적인 디테일을 넣어 페미닌……뭐? 왜?! 뭐?!!!!!






















두 번째
















잘 모르겠는데 일단 때릴래 때릴 거야

패도 죄가 안 될 거 같아 지금은 죄책감이 들지 않는 밤 여덟시야 틀림 없다






자아, 본론으로 돌아와서-

환상 문학은 흔히 국내에서 판타지 문학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그것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단어라 하더라도 한국어로 말할 때와 영어로 말할 때는 분명 뉘앙스의 차이가 있으니까요. 


저는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면 

이영도 선생님의 드래곤 라자나 전민희 선생님의 세월의 돌이 떠오르는데

환상 소설이라고 하면 러브크래프트가 떠오르거든요.

어디까지나 주관에 의지한 예시지만 말입니다.


(*이하 판타지로 통일하겠습니다.)


판타지는 환상성을 기초로 합니다. 

이는 서양에서 먼저 널리 퍼져나가 기초를 다졌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90년대입니다. 


모뎀으로 전화를 걸기 위해 십 수초를 두근거리며 대기 타야 하던 시절이죠. 

그 기다림에 꿈과 로망이 있기는 젠장 제발 내가 컴 쓸 때 전화 좀 걸지마!!! 라고 소리 지르다

 전화 전세 냈냐고 어머니께 등짝 스매싱을 당하던 무렵입니다. 

인간도 문학도 중후해졌다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싶은 세월입니다.


판타지 소설(fantasy novel)의 정의는

‘판타지를 장르로 하는, 혹은 시공간적 배경이 비현실적인 상상의 세계인 소설들’을 일컫는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출처 : 현 정치인 집단보다 일억 배쯤 신뢰 가능한 우리 모두의 위키백과)


그런데 문제는 그 기반이 서양에서 도입된 것이 대부분이라 기본 골조가 외국어란 겁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판타지를 읽을 때 우리는 새로운 어휘만이 아니라 언어마저도 익혀야 합니다.


잠깐 아래 단어를 읽어 볼까요.


[Givenchy]


뭐라고 읽으셨나요?

혹 이 단어를 미리 알고 계셨다면 그야 자연스럽고 간지나게 ‘지방시’라고 대답하시겠지요.

몇 년 전 난생처음으로 면세점에 갔던 저는 

기븐치, 혹은 기븐시로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나 더 해볼까요.


[Henri]


‘헨리’라고 읽으셨나요? 

후후훗. 뭐 그럴싸합니다만 여하튼 땡. 


불어식으로 ‘앙리’라고 읽습니다. 

마누라 갈아치운 것으로 유명한 왕 헨리 8세의 경우 ‘Henry’라고 표기합니다. 

달라요.











왜! 왜때문에!



깊은 빡침이 밀려오지 않습니까?

의무교육 이후로도 몇 년을 더 배워왔는데 아직입니다.

물론 덕질하느라 공부하는 건 좋죠.


하지만 즐겁고 흥겹게 일상생활에서의 노고를 잊고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펼쳐든 책에서

주인공과 조연, 지명 외우느라고 시간 허비하신 적 없으신가요? 


아, 없다고요? 

영어 편하고 잘 하신다고요?





┐-


다시 말씀드리지만, 판타지는 환상성을 기초로 하는 장르입니다.

고로 꼭 비밀번호로 써도 될 것 같은 알파벳 이름이나 지명, 개념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한국어로 된, 한국인이 쓰고 한국인이 읽기에 불편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그 세계에 감탄할 수 있는 그런 판타지를 보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안 보고 싶으시다고요?

원서 읽으면 된다고요?



 



┐-


끈질기군요, 닝겐이여.

확대는 제 마음의 표현입니다.


이젠 꺼지셨겠죠? 

그럼 계속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한국어로 쓰인, 

읽기 편하고 정서적으로 더욱 공감하기 쉬운 한국어 판타지를 읽고 싶으신 분이신 거죠?


축하드립니다, 판타지 좀 끄적여 본 오덕이시여.

그런 당신의 바람이 바로 여기에 한 권의 책을 소환했습니다!


발췌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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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머니 나무


 내겐 아주 작은 비밀이 하나 있다.

그건 내가 곧 나무가 된다는 것이다.

내 어머니와, 할머니, 또 먼먼 할머니처럼.




#2 환상진화가幻想進化歌


 놈들이 처음 나타난 건 유성우가 쏟아지던 밤이었다. 별들이 축제라도 벌인 양 밤하늘이 야단스럽던 날 돔 외곽 숲에서 처음 싹을 틔운 놈들은 갓 태어난 어린애 모양을 하고 작고 말갛고 투명하게 빛났다. 땅에 떨어진 별처럼.

 온화하고 요상스러운 광채와 무력한 모습은 유성우를 구경 나온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요정이 버린 아기라고 생각했을 테고, 신실한 종교인은 아기 예수의 재림이 아닐까 가슴을 울렁였을 것이며,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왜 숲에 갓난애가 버려져 있는가에 두려움과 동정심을 느꼈을 것이다. 공통적인 건 그들 모두 예외 없이 아기를 안아 들었고, 여지없이 플랜의 첫 먹이가 되었다는 거다.

 그 뒤로 숲에서는 가끔 기이하고 아름다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3 노래하는 숲


 토란은 홀로 화분들 사이를 걸었다. 꿈에 젖은 꽃들이 잠든 밤은 다른 밤보다 훨씬 더 깊고 농밀했다. 아름다운 돌기들을 가진 화분 무늬가 희미한 달빛 속에 음영 져서 웅크린 작은 괴물처럼 보였다. 토란은 괴물에게로 다가갔다. 그림자 괴물은 모양이 변하면서 조금씩 뒤로 달아날 뿐 잡히지 않다가 가시 울타리 근처에서 사라져버렸다. 토란은 위를 쳐다보았다. 달이 마지막 힘을 모아 비추는 정원의 울타리는 하얗고 날카롭고 견고했다. 토란은 화끈대는 뿌리를 문지르며 잠시 울타리에 기댔다.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날카로워 보이던 가시 울타리는 의외로 성기고 푸근했다. 아래쪽의 늙은 가시들은 날카로운 위쪽과는 달리 공격적이기보단 까칠까칠할 뿐이다. 토란은 오래되어 말라 도드라진 울타리 껍질을 들여다보았다.

 이 안에도 누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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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천 원을 만 원으로 바꿔주는 꿈같은 이야기 [만냥금],

기적을 이루는 소원비에 관한 이야기 [엄마꽃],

남녀가 격리되어 살며 여자가 남자를 괴물로 인식하는 다른 세상 이야기 [낙오자]를 포함한 6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가에서 절찬리 판매 중인 ‘노래하는 숲’을 찾아주세요.

 

소환한 템을 왜 돈 주고 사야 하느냐고 묻는 당신, 

현계 탔으면 마나는 넣어두시고 골드로 결제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소모된 골드만큼 새롭고, 산뜻하고, 감성이 충족되는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부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분들을 위해 쓰여진 이 책으로

즐겁고 여유로운 독서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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