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 끝났다. 모두 책장에 사놓고 아직 못 읽은 책이 많은 줄 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낡은 뉴스는 올해의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2013년을 정리하기로 한다. 주요 작품과 저자를 중심으로 한 해 동안의 경향을 정리했다.


시리즈 출간의 해

2013년에는 시리즈 작품의 출간이 단연 눈에 띈다. 시리즈 출간 현상은 장르를 가리지 않았는데, 폴라북스는 필립 K. 딕의 ‘필립 K. 딕 걸작선’ 전 12권을 완간했고, 황금가지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 전7권을 동시에 출간했다. 또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전10권도 황금가지를 통해 출간되었고, 들녘은 미즈노 료의 ‘로도스도 전기’ 전7권을 출간했다. ‘엘러리 퀸 컬렉션’ 어플리케이션을 내놓아 주목받기도 한 검은숲은 ‘엘러리 퀸 컬렉션’ 2기 작품 4권을 출간해 시리즈를 완간했다.

한편 아직 출간 중인 시리즈도 많다. 씨앗을뿌리는사람들은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보르코시건 시리즈’를 출간하기 시작해 2013년 11월 시리즈 4권 『보르코시건 4: 보르 게임』을 출간했으며, 새파란상상은 『플랫랜더』, ‘링 월드 시리즈’ 등이 포함된 래리 니븐의 ‘래리 니븐 컬렉션’을 시리즈 4권 『링월드 프리퀄 2: 세계의 배후자』까지 출간했다.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피니스아프리카에를 통해 총 4권이 출간되었다. 

이 중 특히 ‘보르코시건 시리즈’나 ‘링 월드 시리즈’는 과거 출간되었지만 완간하지 못한 작품들로 후속권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대형 작가의 귀환

독자에게는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만 한 희소식도 없다. 과작하기로 유명한 작가를 비롯해 대형 작가들이 작년 출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연초에는 폴라북스에서 김보영의 『7인의 집행관』과 김이환의 『오픈』, 그리고 박애진의 『부엉이 소녀 욜란드』, 이렇게 한국 작가 세 명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세 작가 모두 근 2년 만의 신작이다.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듀나는 『면세구역』과 『아직은 신이 아니야』를 각각 북스토리와 창비를 통해 발표했다.

『노인의 전쟁』 시리즈로 유명한 존 스칼지의 작품도 폴라북스에서 『작은 친구들의 행성』이, 샘터에서 『휴먼 디비전』이 출간되었다. 과작하기로 유명한 테드 창의 중편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가 북스피어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또한 조지.R.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신간 『드래곤과의 춤』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고, 로저 젤라즈니의 판타지 2부작 『체인질링』과 『매드 완드』가 폴라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일본 소설도 유명 작가를 중심으로 다량 번역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한 해 동안 네 개 출판사에서 네 작품이 출간되었으며, 미야베 미유키는 북스피어와 문학동네를 통해 네 작품을 출간했다. 


클라우드 펀딩과 북펀드

클라우드 펀딩은 소셜 펀딩이라고도 하며, 계획을 발표한 뒤 이에 호응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후원금을 모아 계획을 진행하는 형태의 투자 또는 자금조달 방식을 의미한다. TRPG 전문 출판사 초여명은 아담 코벌의 TRPG 룰북 『던전 월드』 출간 프로젝트를 열어 5800만원 가량을 모금함으로써 클라우드 펀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동일한 플랫폼에서 네 개의 TRPG 룰북 프로젝트가 연달아 성공해 클라우드 펀딩 방식이 출판과 취미 영역의 새롭고 확실한 방법으로 안착해 나가고 

있다.

북스피어 출판사는 독자 펀드를 제안했다. 펀드 대상은 미야베 미유키의 『안주』였으며, 펀드를 구매한 독자에게 『안주』의 판매 성과에 따라서 수익금과 각종 혜택을 돌려주는 형태로 제안이 올라왔고, 순식간에 목표 금액이 달성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독자 펀드는 순항하는 듯했으나 북스피어는 블로그를 통해 ‘실패한 프로젝트’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개념은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독자 북펀드’라는 이름으로 이어받는다. 북스피어 북펀드의 골조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이 북펀드를 통해 출간된 책으로는 제임스 블리시의 『양심의 문제』(불새), 미즈노 료의 『로도스도 전기』(들녘), 엘러리 퀸의 『스페인 곶 미스터리』(검은숲) 등이 있다.


라이트노블 - 캐릭터 소설 시도

2013년에는 국내 라이트노블 출판사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시드노벨은 미카메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디앤씨미디어)를, S노벨은 오카자키 다쿠마의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첨』(소미미디어)을, 노블엔진은 마츠오카 케이스케의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노블엔진팝)을 각각 출간했다. 소개한 작품들은 캐릭터성이 가미된 미스터리 소설로, 기존 독자보다 연령대가 높은 독자층이 대상이다. 이 전략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네이버 웹소설

2013년 1월 5일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네이버 웹소설’ 서비스를 발표했다. 서비스 발표 당시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네이버 웹소설은 크게 정식 연재란과 독자 자유 연재란으로 나뉘어 있다. 네이버는 2014년 1월 15일 월매출 2억 원을 돌파했으며 매일 300여 개의 새로운 작품이 등록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특정 장르의 독식, 계약 문제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왔으므로 어떤 식으로 그것을 해결하거나 처리할지가 진정한 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제 2014년

2014년에도 기대할 만한 작품들이 출간 예정이다.

해외 작가들의 경우, 조지 R.R. 마틴의 신작이 예정되어 있다. ‘얼음과 불의 노래’ 외전과 미시시피 강과 스팀펑크 증기선을 다룬 신작 『피버 드림』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그래픽노블 ‘샌드맨’ 시리즈로 유명한 닐 게이먼의 신작 소설도 시공사를 통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영화화가 결정된 성장 소설 『오솔길 끝 바다』(가제)다. 또한 『샤이닝』의 속편으로 집필된 스티븐 킹의 『닥터 슬립』(가제)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교고쿠 나쓰히코, 존 르 카레, 제프리 디버, 레리 니븐, 요네자와 호노부 등의 작가가 쓴 작품의 출간이 예정되어 있다. 

국내 작가의 경우 『얼음나무 숲』 『녹슨 달』로 유명한 하지은 작가의 신작 『언제나 밤인 세계』(가제)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또한 오매불망 감나무만 바라보는 독자들에게 희소식으로, 황금가지에서 이영도 작가의 작품을 출간할 예정이다. 단권 소설로는 근 5년 만의 작품으로, 『눈물을 마시는 새』 외전 작품으로 알려졌다.

비록 책이 예정대로 출간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보도록 하자.




송한별 

‘창작집단 몽니’의 우두머리. 소규모 출판 기획 및 편집자. 그러한별. 

newshbx2@naver.com   @newshbx2

기획을 할 때마다 난감해진다. 잘나가는 작가의 작품들은 비싼 선인세 때문에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형편이고 혹 큰마음 먹고 내보겠다고 한들 마케팅 비용이 걱정된다. 출판업계에 뛰어들기 전에는 작품만 좋다면 굳이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잘 팔리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좋은 작품은 팔린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출판사를 차린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런 순진한 생각은 많이 퇴색했다. 한 작품을 기획해서 책을 만드는 동안에는 모든 독자가 이 책을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착각에 쉽게 빠진다. 하지만 거대 자본을 들여 홍보에 쏟아붓지 않은 이상, 소녀시대가 그 책을 들고 TV에 나오지 않는 이상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그 책이 출간되었는지조차 모르는 형편이다. 

200편이 넘는 기획 작품 리스트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며 이 책을 내볼까, 저 책은 어떨까 머리를 쥐어뜯고 고민해보지만 결국은 선인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제작비가 덜 드는 작품을 고르게 된다. 물론 좋은 작품이라는 믿음이 가는 작품에 한해서.


국내에서 추리소설 장르는 근 10년 동안 비약적인 출간 속도를 보여주었다(국내 저작은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셜록 홈스조차 완역되지 않았던 국내 추리소설 시장 상황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대단히 빠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거품이 많이 빠지긴 했으나 한때 봇물 터진 듯 출간되던 일본 미스터리를 보라. 요즘은 영미권이나 북유럽 등에서 출간되는 작품들을 현지 출간과 동시에(번역에 걸리는 시간차를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바로 읽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해외에서 좀 뜬 작품이라면 여지없이 번역 출간된다. 문제는 특정 작가와 특정 작품 위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좀 팔린다는 책이 나오면 많은 출판사에서 같은 장르의 작품들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온다. 『다빈치 코드』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여타 많은 출판사에서 비슷한 유의 팩션을 쏟아냈다. 지금도 여전히 잘 팔리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히트하면서 유럽 추리소설들이 줄을 이어 출간되었고 현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좋다면 좋은 현상이지만 한두 작품이 성공적인 판매로 이어졌다고 해서 비슷한 유의 작품들이 마구잡이로 출간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 잘 팔린 작품들이 반드시 좋은 작품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수도 있고 몇 편의 성공 이후 출간된 작품들은 소위 아류작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한두 작품으로 인해 추리소설 시장이 확대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추리소설을 꾸준히 구매하는 평균 추리소설 독자 수를 생각하면 추리소설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한두 작품이 차지하는 위상이 커졌을 뿐, 파이 전체가 커졌다고는 볼 수 없다. 몇몇 베스트셀러가 추리소설 시장을 견인해준다면 매우 바람직하고 반가운 현상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판매가 따라주지 않는 무분별한 경쟁은 선인세만 부풀릴 뿐이지 장기적으로 추리소설 시장 확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같은 이유로 특정 작가의 작품이 잘 팔리면 모든 출판사가 한 작가에게로 몰리며, 마찬가지로 특정 작가의 선인세는 천정부지로 뛴다. 어차피 가난한 출판업자의 입장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 같은 이야기지만 이런 현상은 기획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특정 장르와 특정 작가 위주의 출간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독자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국내 추리소설 시장에는 시대적 간극 또한 존재한다. 중간 시기를 거치지 않고 고전물에서 바로 현대물로 이어졌기 때문에 애피타이저에서 바로 디저트로 넘어온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고전물과 현대물 사이의 작품들이 전혀 출간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5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에 발표된 양질의 추리소설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최근 작품들에 비해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영미권과 일본의 최근작들에 편중된 출간 경향과 중간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이 구닥다리 고전으로 취급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5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의 좋은 작품들이 출간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국내의 추리소설 독자들은 고전과 현대 사이에 존재하는 좋은 작품들을 느긋하게 음미할 기회를 잃었다. 

샘 스페이드와 필립 말로에서 파생된 많은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없었다면 해리 보슈를 읽을 수 있었을까. 해리 보슈는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캐릭터가 아니다. 해리 보슈를 먼저 읽기 시작한 독자들이라면 트래비스 맥기나 스펜서 같은 탐정들이 상대적으로 촌스럽게 느껴질 법하다. 휴대폰이 있다면 간단히 해결될 사건을 이리저리 헤매며 온갖 고초를 다 겪는 87분서 형사들을 보고 한심해하기도 하며 CSI 이후 첨단 과학수사의 전능함을 목도한 독자들은 돋보기를 들고 발품을 파는 탐정들이 답답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선정적인 묘사와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 만큼 빠르게 전개되는 현대 스릴러를 먼저 접한 독자라면 파일로 밴스 같은 탐정을 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다. 반전이 뛰어난 몇몇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 추리소설에 대한 별다른 이해 없이 추리소설에 빠져든 독자들은 반전이 없는 작품은 추리소설로서 가치가 없다는 인식을 갖기도 한다. 굳이 반전이 필요하지 않은 어떤 작품을 두고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강력한 반전이 없기 때문에 추천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어이가 없던 적이 있다.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학문도 아닌 바에야 한 번 읽고 마는 추리소설에 이해까지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추리소설에 흥미가 끌려 계속 읽고 싶다면 한 번쯤 장르의 발전 과정을 알아보는 것도 나쁠 것은 없지 않을까. 추리소설은커녕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셜록 홈스와 뤼팽 정도는 어린 시절 통과의례처럼 읽어봤음직하다. 여전히 추리소설에 애정이 남아 있다면 수수께끼 풀이 위주의 판타지성 짙던 추리소설이 사회상이 반영된 인물 중심의 범죄소설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짚어 보는 근사한 경험을 해 보자.

최근에 추리소설에 관한 괜찮은 이론서도 몇 편 출간되었으니 한 번쯤 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휴대폰이 없다고, DNA가 뭔지 모른다고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명작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실험 가방을 들고 다니던 손다이크 박사로부터 어떻게 CSI까지 흘러왔는지 살펴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가난한 출판업자의 고민을 덜어준다는 의미를 포함해서.




박세진

취미가 일이 되면서 취미가 없어진 장르문학 출판사 '피니스아프리카에' 대표

www. finisafric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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